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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곳에 도착했다.
로안담
2014. 2. 22. 23:06
사랑이라는 흔해 빠진 말을 했을 때,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있었던가. 아무리 고민해도 기억나지 않는 것은 우리가 보았던 것이 허상이었던 탓이다. 나는 끝내 너를 버리기로 다짐했다. 버린다는 말이 너무나 광오하다면 그래 포기하는 것이라 하자. 아니 체념이라 해도 좋다. 어차피 너는 나의 것이 아니었고 너와 나는 우리의 이름으로 연결될 수 없었다. 내가 네게 종속되지 않았으며 네게 안주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 순간, 나는 결국 우리에서 벗어났다. 너와 나를 지겹게 얽은 그 '우리'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어떤 곳에 도착했다. 내가 네게 묶여, 혹은 묶이려 발버둥치는 사이 외로이 흘러갔던 내 인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