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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하고못꼬시면남자아님

로안담 2012. 12. 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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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보고안떨리면여자아님!!★★



1. 내가 구두 신어서 발이 아프니까 좀 뒤쳐져서 걷고 


친구들이 앞서서 걸어가는데 


앞에 가던 그 애가 뒷걸음질 치면서 


내 옆으로 와서 같이 걸어준거 



 


2. 나 남친이랑 카페같은데 마주보고 앉아서 막 얘기하다가 


내가 너무 피곤해서 자꾸 조니까 남친이 그 입으로 소리


내는거 있잖아! 똑! 이소리나는거 이거하면서 머리


쓰다듬어주면서 졸려~? 이러는데 시발..내 남친이지만 심장어택 


 


 


3. 남녀공학 다닐때 겨울에 코트입고 가방을 매려햇음 


근데 한쪽은매고 한쪽 가방끈이 안잡혀서 ㅄ처럼 휘적휘적 


거리고 있는데 어떤 남자애가 아무말없이 내 어깨에 


가방끈 걸어주고 감.. .별로 안친해서 더 설렜었음ㅋㅋㅋㅋㅋㅋ





4. 수능준비로 독서실 맨날 다닐 때 항상 밤 10시20분즈음이면 


같이 엘리베이터 타던 옆 남고 남자애가 있었는데

내가 어느날은 한 4일 아파서 독서실을 못갔는데

그 후에 독서실 가니까 또 걔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거야

그래서 같이 탔는데 걔가 "왜 독서실 안 왔어요. 맨날 20분 넘으면 없을까봐 맨날 뛰어왔는데" 이랬어 


지금 생각하니까 떨리네

 


 


5. 되게 무뚝뚝하던 앤데.. 친구가 "너 얘 좋아해? 아니지?" 


이러니까...


    "왜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6. 같은반이었던 남자애가 나 좋아한다는 소문 퍼진후 


그애한테 전화가 왔는데 계속 뜸들이다가


"그 얘기 들었어??......그거 사실이야"



 


7. 내가 "애기들이 나 좋아하는거같아 꺅" 라고 하니까 


영국억양+깊은목소리로 who doesn't like you?


 



8. 프랑스인 남친.. 넌 진짜 미친듯이 아름다워 사랑스러워


10년뒤 난 우리집 정원에서 널 닮은 아이들이


나랑 뛰어 노는 모습을 상상해.


사랑해 미친듯이


 


 

9. 스무살 12월31일에 서로 떨어져있었어요 


너무 보고싶다고 문자보내고있는데 


답문으로 '내 스무살에 니가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


 



10. 딱밤맞기하다가 내가 진거얍 그래서 맞을라고 준비중이엇는데 손이오길래 두눈 질끈햇다? 시늉만하고 안때리길래 


봤더니 일부러 손 부들부들하더니


아오~ 이러고 쓰담하고 걍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 위에 딱밤하니까 생각났는뎈ㅋㅋㅋ나랑남자애랑 


딱밤맞기햇는데 내가 졋는데 그 손바닥쫙펴서 가운데손가락으로 


확튕기는거 알지?그렇게햇는데 얼마나 쎈지 머리가 문에 한번 


튕겨맞아씀 그래서 내가 이마랑뒷통수붙잡고있엇는데 


걔가 내 머리를 확끌어앉더니 헐 미안미안ㅋㅋㅋㅋ아파?


막이러면서 한팔로는 내머리안고 반대편손으로 내 뒤


통수문질러줌 근데 걔가 키가커서 내머리가걔가슴이엇는데 


둑흔둑흔...냄새가조앗음..ㅋㅋ 


 


 

12. 내친구짝이 잘생겼기로 쫌이름날린애임ㅋ 


게다가운동부하악하악 근데 걔가 쫌여자애들이랑 


안친한타입이였음. 그래서 개그녀인 내친구도 한달동안 


걔랑 몇마디 못나눠볼정도엿음. 그런어느날. 내친구가 걔랑 


짝이였을때 걔앞에서 친구들이랑 얘기하고있었다함. 근데 걔가 


자다말고일어나서는 내친구 옷을 잡아당겨서 책상에앉힘. 


내친구 조카당황하고, 친구들은 잘해보라며 빠져줌..ㅋ


내친구어색돋아서왜그러냐니까 걔가 말할까말까조카망설이더니 


"니묻은것같은데." 이럼..ㅋ.. 알고보니 내친구 생리가 샌거엿음 그래서 그남자애가 체육복있냐물어봐주고 없다니까 


옆에있는애한테 빌리려하는거임. 근데 솔삐 어색돋는데 


쫌그렇잖음? 게다가 민감한문제니까ㅜㅜ 그래서내친구가 


괜찮다고 알아서한다니까 걔가 ㅇㅇ이카면서 가버림. 


내친구 조카 비참하고 쪽팔려서 울라하는데, 그남자애가 


아까빠져준 그친구들한테가서 지체육복주면서 지꺼라하지말고 쟤가져다주라함. 아까말햇듯 걘 운동부라 


따로 운동복이있어서 필요가없기때문이였음. 


나중에 내친구가 걔한테 고맙대니까 


걔 지꺼아니라면서 조카시치미뗌. 


근데 그체육복에 걔이름대문짝만하게써져있었음ㅋㅋㅋㅋ


병신임 암튼이일계기로둘이사귐 


 


 


13. 내가 남자애랑 장난치다가 걔가 나놀려서 니가제일짜증나!!


이랬느데 걔가 나는니가제일좋은데? 이러고간거..


 


 


14. 짝궁이었던 남자애가 " 자리 바꾸지마. " 한 거


 


 


15. 원래 애정표현같은거 진짜 안함. 좋아해. 아 좋아. 좋다 싫다 


뭐 이런 표현같은걸 잘 안함, 속에 있는 감정얘기를 안함. 


우리나라에서 포커페이스 제일 최고임. 그런데 내가 아파서 


학교 1교시에 조퇴하는데 걔가 아는척도 안해줬음.


더 서러워서 울며 학교 나가는데 갑자기 뛰어와서 


내 양팔잡고 내 귀에다 "아프지마 속상해"이러고 수업받으러 


쳐들어감. 나는 이게 그어떤 사랑고백보다 기뻤음.. 


 



16. 이건 댓글에서 본건뎅ㅋㅋㅋㅋ글쓴이 뒤에 있던 남자애가 


자꾸 글쓴이 등에 포스트잇을 붙이더래요

    바보 뭐 이런 걸 써섴ㅋㅋㅋㅋㅋ근데 자꾸 붙이길래 짜증나서 


아 ㅡㅡ 그만하라고!! 하면서

    등에 붙은 거 떼니까 ' 사귀자 ' 라고 적혀있었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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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환은 눈이 번쩍 뜨이는 것만 같았다. 이거 괜찮은데? 도환은 Ctrl+c와 Ctrl+v를 십분 활용하여 긴 글 전체를 메모장에 옮기고 저장했다. 바탕화면 한가운데에 당당히 자리잡은 파일명은 '이거하고_못꼬시면_남자아님.txt'.


 도환의 원대한 계획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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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하고_못꼬시면_남자아님.txt]





1. 내가 구두 신어서 발이 아프니까 좀 뒤쳐져서 걷고 


친구들이 앞서서 걸어가는데 


앞에 가던 그 애가 뒷걸음질 치면서 


내 옆으로 와서 같이 걸어준거 



+실행 일시 : 3월 7일 월요일 수업 끝나고



+장소 : 집에 가는 길



+내용 :

 벌말공원 앞까지 오니까 역시 예상했던 대로 우리 둘밖에 없었음. 그래서 일단 먼저 앞질러가려고 했는데 윤기정이 내가 좀 빨리 걷자마자 바로 속도를 맞췄음. 이 자식은 진짜 배려도 쩌는 놈임. 아 진짜 이런 거 하나하나에 감동먹는 걸 보니까 내가 콩깍지가 쓰이긴 했나 봄.


 머리를 좀 쓰담쓰담 해주고 싶었지만 오늘은 꼭 내가 먼저 가야 되니까 난 더 빨리 걸었음(사실 갑자기 쓰담쓰담 하면 징그럽다고 한대 맞을 것도 같았음). 근데 내가 뒷걸음질 쳐주려고 뒤를 슬쩍 봤더니 윤기정이 내 바로 뒤에 서 있었음. 발소리도 안 들렸는데 언제 따라붙었는지 모르겠음. 무서운 놈임.


 그래서 할 수 없이 좀 더 빨리 걸었음. 내 생에 그 정도로 '급히 걸어본' 건 처음임. 근데 윤기정 이게 그걸 또 고대로 따라오는 거임. 와 나 얘 발 이렇게 빠른 줄 처음 알았음.


 그러다가 갈림길 거의 다 와 가길래 솔직히 똥줄이 타서 눈 딱 감고 살짝 뛰었음. 근데 이 미친 게 휘적휘적 몇 번 걷더니 어느 새 내 뒤에 붙어서 등 툭 치면서 '많이 급했냐? 얼른 가서 싸라' 이러더니 내 등 떠밀고 지는 지 갈길 감.



+실패 요인 : 윤기정이 육상부였던 걸 깜박했음. 시발.





2. 나 남친이랑 카페같은데 마주보고 앉아서 막 얘기하다가 


내가 너무 피곤해서 자꾸 조니까 남친이 그 입으로 소리


내는거 있잖아! 똑! 이소리나는거 이거하면서 머리


쓰다듬어주면서 졸려~? 이러는데 시발..내 남친이지만 심장어택 



+실행 일시 : 3월 8일 화요일 점심먹고



+장소 : 윤기정 자리(1분단 셋째)



+내용 :

 점심시간에 매점 가서 음료수 사왔더니 윤기정이 막 졸려는 타이밍이었음. 눈은 동태눈인데 끈덕지게 감았다 떴다 하길래 눈 완전히 감길 때까지 교실 밖에서 기다렸음. 한 15분은 음료수 든 채로 가만히 서 있던 것 같음. 나 닌자해도 될 것 같음. 레알 숨소리도 안 냈음! (근데 생각해보니가 어차피 교실은 개 시끄러웠는데 그럴 필요는 없던 것 같음)


 여튼 드디어 벽에 머리 대고 잠든 것 같길래 가서 입으로 똑! 소리 냄. 근데 얘가 안 깼음. 소리가 작았나 싶어서 또 한번 냄. 근데도 안 깼음. 어떻게 하지 고민하는데 생각해 보니까 그냥 머리 쓰다듬어서 잠에서 깨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음.(사실 자는 거 보니까 그냥 만지고 싶었던 거 맞음)


 그래서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는데 왠지 볼을 만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음. 맨정신에 볼 만지면 욕먹어도 잠 깨운 거라고 하면 안 혼날 것 같기도 했고... 아 모르겠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음. 그 당시에 반드시 윤기정 볼따구를 만져야만 하는 게 내 운명이었던 것 같음. 손이 막 지멋대로 움직였음.


 여튼 그래서 한 손으로 윤기정 볼을 척 감쌌더니 윤기정이 눈을 번쩍 뜨더니 오만상을 찌푸렸음. 그리고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 잘 자고 있는 사람한테 차가운 거 들이댔다고 + 수업시간도 아닌데 깨웠다고 존나 혼났음.



+실패 요인 : 음료수 캔을 15분동안 들고 있던 손으로는 윤기정을 만지면 안 되는 거였음. 그리고 윤기정 잘 때 깨우면 좆됨.





3. 남녀공학 다닐때 겨울에 코트입고 가방을 매려햇음 


근데 한쪽은매고 한쪽 가방끈이 안잡혀서 ㅄ처럼 휘적휘적 


거리고 있는데 어떤 남자애가 아무말없이 내 어깨에 


가방끈 걸어주고 감.. .별로 안친해서 더 설렜었음ㅋㅋㅋㅋㅋㅋ



+실행 일시 : 3월 9일 수요일 학교 끝나고



+장소 : 신발 갈아신는 데~교문



+내용 :

윤기정이 오늘 숙제 하나도 없다고 책 다 사물함에 넣고 가방끈 모아서 한쪽 어깨에 매고 갔음. 이 놈은 진짜 도움이 안됨.



+실패 요인 : 빌어먹게 눈치없는 윤기정ㅗㅗㅗㅗㅗㅗㅗㅗ 가방 똑바로 매라ㅗㅗㅗㅗㅗㅗㅗ





4. 수능준비로 독서실 맨날 다닐 때 항상 밤 10시20분즈음이면 


같이 엘리베이터 타던 옆 남고 남자애가 있었는데

내가 어느날은 한 4일 아파서 독서실을 못갔는데

그 후에 독서실 가니까 또 걔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거야

그래서 같이 탔는데 걔가 "왜 독서실 안 왔어요. 맨날 20분 넘으면 없을까봐 맨날 뛰어왔는데" 이랬어 


지금 생각하니까 떨리네



+시행 일시 : 3월 10일 목요일 청소 끝나고



+장소 : 윤기정네 반 뒷문



+내용 :

 내 계획은 청소를 끝내고 허겁지겁 윤기정네 반으로 뛰어가서 '너 없을까봐 뛰어왔다'는 대사를 쳐주는 거였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윤기정이 폰 놔뒀다 뭐하냐고 비웃었음. 이론적으로는 100% 감동할 타이밍이었는데 윤기정 이건 감동은 개뿔이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지' 이러면서 혀까지 막 찼음. 억울터졌음.


 근데 솔직히 피식 웃는거 살떨리게 섹시하긴 했음.<-이런 생각을 하는 내 머리를 죽이고 싶으뮤ㅠㅠㅠㅠㅠㅠㅠ



+실패 요인 : 윤기정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없는 놈임.





5. 되게 무뚝뚝하던 앤데.. 친구가 "너 얘 좋아해? 아니지?" 


이러니까...


    "왜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6. 같은반이었던 남자애가 나 좋아한다는 소문 퍼진후 


그애한테 전화가 왔는데 계속 뜸들이다가


"그 얘기 들었어??......그거 사실이야"



+포기 요인: 일단 주위 사람을 포섭해야 하므로... 라기보단 돌아올 반응이 두려움. 윤기정 이 자식은 내가 이러고 있는 거 알까? 맨날 붙어다니는데 눈치도 못 채고, 진짜 븅신임. 아 근데 눈치채면 안되는데 아 몰라 으랑ㅁ러;ㅣ다ㅓ;ㅣㅏ;멍





7. 내가 "애기들이 나 좋아하는거같아 꺅" 라고 하니까 


영국억양+깊은목소리로 who doesn't like you?



+포기 요인 : 윤기정이 어릴 때 영국서 살다 온 놈임. 그 앞에서 깝칠 엄두가 안남. + 윤기정이가 자뻑할 때 띄워주면 안 됨. 지가 진짜 잘난 줄 앎. 진짜 잘나긴 했는데...아 미친 이딴 소리나 하고 있고 나 진짜 답없는 것 같음. 어쩌다 그런 자식 빠돌이가 됐지





8. 프랑스인 남친.. 넌 진짜 미친듯이 아름다워 사랑스러워


10년뒤 난 우리집 정원에서 널 닮은 아이들이


나랑 뛰어 노는 모습을 상상해.


사랑해 미친듯이



+시행 일시 : 3월 16일 수요일 모의고사 끝나고



+장소 : 윤기정네 집



+내용 :

 요 몇일동안 윤기정 이새낀 존나 넘어올 생각도 안 하고 이짓 해봐야 뭐 먹혀드는 것 같지도 않고 으앙 멘붕ㅋ 이러고 다녔더니 윤기정이 오늘 피자 시켜줬다. '니 요새 답지 않게 우울우울하드만.' 이 한 마디 듣고 와 진짜 레알 질질 짤 뻔했다. 이 자식이 그래도 내 기분을 알아주는구나... 그래서 다시 의욕을 갖고 떡밥 함 던졌다.


 물론 저 위에 대사대로 느끼느끼하게 친 건 아니고 그냥 '10년 뒤에 우리 집 정원에서 니 닮은 애들이랑 노는 거 가끔 상상한다 ㅋ' 요런 식으로 손나 시크하게 던졌다.


 윤기정 대답도 손나 시크했다. '10년 뒤에 니가 정원 딸린 집을 살 수나 있을 것 같아?'


 욕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아까의 감동의 여운을 살려서 참았다.



+실패 요인 : 윤기정은 너무 현실적이다.



++근데 왠지 오랜만에 썼더니 이거 일기같다. 근데 나름 편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일기를 쓰는 건가? 그럼 네이트판은 왜 음슴체로 쓰지? 어쨌든 나는 나 좋은대로 써야지.





9. 스무살 12월31일에 서로 떨어져있었어요 


너무 보고싶다고 문자보내고있는데 


답문으로 '내 스무살에 니가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



+포기 요인 : 윤기정은 연말에 새해복받으란 문자 귀찮다고 12월 30일부터 1월 2일까지 폰 꺼놓는 놈이다(난 기껏해야 문자 서너 개 오는데 귀찮을 정도로 많이 받아서 좋겠다ㅗㅗㅗ). 그리고 지금 삼월 중순이다.





10. 딱밤맞기하다가 내가 진거얍 그래서 맞을라고 준비중이엇는데 손이오길래 두눈 질끈햇다? 시늉만하고 안때리길래 


봤더니 일부러 손 부들부들하더니


아오~ 이러고 쓰담하고 걍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행 일시 : 3월 17일 목요일 점심먹고



+장소 : 윤기정 자리



+내용 :

 처음 세 판을 내리 졌는데 이마 터지는 줄 알았다. 윤기정이 아무래도 나한테 화가 난 것 같다. 그 다음엔 내가 이겼는데 뭔가 처음부터 안 때리고 끝내면 이상할 것 같아서(라기보단 나도 사람인데 아프니까 때리고 싶어졌음) 때렸다.


 근데 좀 살살 때릴 걸 나도 모르게 감정이 살짝 실렸나 보다. 뻑 소리가 나더니 그 다음부턴 더 세게 맞았다. 내가 먼저 머리쓰담쓰담하고 관둬야 하는데 관둬야 하는데 하면서도 한 대 맞고 나면 눈이 돌아가서 나도 때렸다. 그러다 결국 5교시 종쳐서 끝났다.


 나중에 거울 봤더니 이마 가운데에 뭐가 들은 것처럼 되어 있었다. 곧 이마 뚫고 하늘로 승천할 것 같다.



+실패 요인 : 난 의외로 승부사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질 수 없어! 그리고 맞고 참아주기에 인간적으로 윤기정 딱밤 너무 아프다.





13. 위에 딱밤하니까 생각났는뎈ㅋㅋㅋ나랑남자애랑 


딱밤맞기햇는데 내가 졋는데 그 손바닥쫙펴서 가운데손가락으로 


확튕기는거 알지?그렇게햇는데 얼마나 쎈지 머리가 문에 한번 


튕겨맞아씀 그래서 내가 이마랑뒷통수붙잡고있엇는데 


걔가 내 머리를 확끌어앉더니 헐 미안미안ㅋㅋㅋㅋ아파?


막이러면서 한팔로는 내머리안고 반대편손으로 내 뒤


통수문질러줌 근데 걔가 키가커서 내머리가걔가슴이엇는데 


둑흔둑흔...냄새가조앗음..ㅋㅋ 



+시행 일시 : 3월 21일 월요일 점심먹고



+장소 : 윤기정네 반 뒷문



+내용 :

 저번에 딱밤 맞고 다음날에 또 이거 맞으면 진짜 부처님 이마 될 것 같아서 휴식기를 가지고 시도했다. 근데 막상 하자고 말은 했는데 다시 맞을 걸 생각하니까 나도 모르게 긴장빠느라 멍청한 실수를 했다. 윤기정을 문 쪽에 뒀어야 하는데 정신차려보니까 내가 뒷문을 등지고 서 있었다.


 그래서 완전 허러러럴러 하고 있는데 내가 져서 맞을 차례가 됐다. 근데 살짝 맞았는데도 머리가 뒤로 휙 넘어가서 뒷문에 뒤통수를 박았다. 너무 멍때리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어쨌든 그랬는데 윤기정이 무려 윤기정이가 내 머리통을 끌어안고 뒤통수 만져줬다. 우와!!!!!!! 사실 그동안 ★★이거보고안떨리면여자아님!!★★의 신빙성을 좀 의심하고 있었는데 엄청난 불충이었다. 이건 전세계의 짝사랑 남녀의 바이블로 삼아야 돼! 진짜 아주 심장이 쫄깃해지는데 와 진짜 우와 그리고 윤기정 이자식은 운동하는 새끼가 땀내도 안 나고 운동선수로서 아주 글러먹긴 개뿔 좋아 죽겠다 오와 아오 우악!



+실패 요인 : 내가 비록 윤기정 머리 쓰담쓰담해주면서 떨리게 하려는 의도는 실패했지만 이런 실패라면 난 찬성일세





12. 내친구짝이 잘생겼기로 쫌이름날린애임ㅋ 


게다가운동부하악하악 근데 걔가 쫌여자애들이랑 


안친한타입이였음. 그래서 개그녀인 내친구도 한달동안 


걔랑 몇마디 못나눠볼정도엿음. 그런어느날. 내친구가 걔랑 


짝이였을때 걔앞에서 친구들이랑 얘기하고있었다함. 근데 걔가 


자다말고일어나서는 내친구 옷을 잡아당겨서 책상에앉힘. 


내친구 조카당황하고, 친구들은 잘해보라며 빠져줌..ㅋ


내친구어색돋아서왜그러냐니까 걔가 말할까말까조카망설이더니 


"니묻은것같은데." 이럼..ㅋ.. 알고보니 내친구 생리가 샌거엿음 그래서 그남자애가 체육복있냐물어봐주고 없다니까 


옆에있는애한테 빌리려하는거임. 근데 솔삐 어색돋는데 


쫌그렇잖음? 게다가 민감한문제니까ㅜㅜ 그래서내친구가 


괜찮다고 알아서한다니까 걔가 ㅇㅇ이카면서 가버림. 


내친구 조카 비참하고 쪽팔려서 울라하는데, 그남자애가 


아까빠져준 그친구들한테가서 지체육복주면서 지꺼라하지말고 쟤가져다주라함. 아까말햇듯 걘 운동부라 


따로 운동복이있어서 필요가없기때문이였음. 


나중에 내친구가 걔한테 고맙대니까 


걔 지꺼아니라면서 조카시치미뗌. 


근데 그체육복에 걔이름대문짝만하게써져있었음ㅋㅋㅋㅋ


병신임 암튼이일계기로둘이사귐



+포기 요인 : 윤기정도 나도 생리 안함. 그렇다고 바지에 똥 묻히면 진짜 똥되는거임.





13. 내가 남자애랑 장난치다가 걔가 나놀려서 니가제일짜증나!!


이랬느데 걔가 나는니가제일좋은데? 이러고간거..



+시행 일시 : 3월 22일 화요일 점심먹다가



+장소 : 식당



+내용 :

 윤기정이 나한테 '니가 제일 짜증나!'란 말을 하게 만들 자신이 없어서(성적은 내가 더 좋은데 왜 이자식 말빨은 못 이기는지 모르겠다. 분명 내가 먼저 놀리기 시작했는데 정신차려보면 꼭 역관광으로 끝난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저번에 윤기정이 ★★이거보고안떨리면여자아님!!★★에서 나온 걸 나한테 해줬던 게 기억났다.


 어차피 내가 얘한테 못할 거면 얘가 나한테 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한 번 찔러봤다. 미리 계획한 건 아니고 마침 밥먹다가 윤기정이 내 너비아니 뺏어가서 짜증내려던 찰나에 이 생각이 떠오른 거. 난 진짜 천재야.


 여튼 그래서 니가 제일 짜증나! 했더니 윤기정 이게 진짜 요새 날 좋아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다. 평소같으면 픽픽 코웃음치면서 '너비아니도 니가 싫대.'같은 개드립이나 쳤을텐데, 이 놈이 갑자기


 '나는 니가 제일 좋은데?' 이러는 게 아닌가! 그 말 듣는데 진짜 거짓말 안 치고 심장이 철렁ㅁ러;ㅣ다러미ㅏ얼...할 뻔 했는데 윤기정 이 개놈이


 '...라고 할 줄 알았냐?ㅋ' 라고 덧붙였다.


 빡치는 걸 떠나서 좀 빈정상하고 솔직히 서러웠다. 저딴 장난 치는 놈한테(심지어 그것도 불알친구한테) 이러는 꼴이 한심해서 하루종일 우울했다. 쉬는시간마다 지딴엔 풀어준답시고 옆에서 알짱알짱대는거 다 씹었다.



+실패 요인 : 다 필요없고 윤기정한테 니가 제일 좋은데 어쩌고 하는 소릴 기대한 내가 병신이다.





14. 짝궁이었던 남자애가 " 자리 바꾸지마. " 한 거



+포기 요인 : 짝 아님. 같은 반도 아님.





15. 원래 애정표현같은거 진짜 안함. 좋아해. 아 좋아. 좋다 싫다 


뭐 이런 표현같은걸 잘 안함, 속에 있는 감정얘기를 안함. 


우리나라에서 포커페이스 제일 최고임. 그런데 내가 아파서 


학교 1교시에 조퇴하는데 걔가 아는척도 안해줬음.


더 서러워서 울며 학교 나가는데 갑자기 뛰어와서 


내 양팔잡고 내 귀에다 "아프지마 속상해"이러고 수업받으러 


쳐들어감. 나는 이게 그어떤 사랑고백보다 기뻤음.. 



+사건 일시 : 3월 23일 수요일 몇신지 모름



+장소 : 내 방



+내용 :

 어제 윤기정땜에 빡친 이후로 계속 우울해서 새벽까지 잠도 못 잤다. 솔직히 유딩때부터 알던 놈한테 그것도 같은 사내자식한테 이러고 있는 내가 진짜 병신같고 근데도 포기 못하는 게 더 토나왔다. 사실 이거 처음 시작할때도 딱히 진짜 윤기정을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막상 어제 윤기정이 나한테 그런 장난 치는 거 보고 '아 이새끼는 진짜 날 좋아할 리가 없겠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끔찍한 기분으로 잠들었다가 깨 보니까 오후 2시라 식겁했다. 근데 일어나려고 해도 몸이 안 일어나져서 더 놀랐다. 온몸이 축축 늘어져서 이불한테 잡아먹히는 기분이었다. 일어나서 세수하고(거울 보니까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다시 자고 있는데 누가 내 방에 들어온 것 같았다. 도둑인가 싶었는데 원룸에서 훔쳐 봤자지 싶어서 걍 누워 있었다. 사실 될 대로 되란 기분이었다.


 근데 윤기정이었다.


 솔직히 정신이 오락가락할 때라서 내가 꿈꾼 건지 주인집 할머니를 윤기정으로 착각한 건지 모르겠지만 윤기정으로 보였다. 난 지금 지땜에 드러누워 있는데 그 빤빤한 면상이 보이니까 존나 서러웠다. 이 새끼 앞에서 울기 싫었는데 눈물이 질질 흘렀다. 육상부 연습하고 왔는지 흙내 땀내 다 났는데 이 미친놈 그 와중에도 잘 생겨 보여서 속상했다. 너네 엄만 왜 널 그렇게 낳아 놓은 거야. 아니 널 왜 아들로 낳아놓은 건데? 괜히 억울해서 잠결에도 열심히 원망했던 것 같다. 기억은 잘 안 난다.


 윤기정이 나한테 '아프지마 속상해'라고 말해준 것 같은데 역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거보고안떨리면여자아님!!★★을 너무 많이 봐서 환청이 들린 것 같다. 이젠 이것도 관둘까 보다. 못 해먹겠다.


 오밤중에 일어나 보니 윤기정은 온데간데 없고 열은 내려 있었다.





16. 이건 댓글에서 본건뎅ㅋㅋㅋㅋ글쓴이 뒤에 있던 남자애가 


자꾸 글쓴이 등에 포스트잇을 붙이더래요

    바보 뭐 이런 걸 써섴ㅋㅋㅋㅋㅋ근데 자꾸 붙이길래 짜증나서 


아 ㅡㅡ 그만하라고!! 하면서

    등에 붙은 거 떼니까 ' 사귀자 ' 라고 적혀있었음ㅋ



+시행 일시 : 4월 1일 금요일 집에 가는 길



+장소 : 대일빌라 앞 갈림길



+내용 :

 전에 아프고 나서 윤기정 포기하기로 했는데, 막상 만우절이 다가오니까 거짓말인 척 고백하고 싶어졌다. 근데 솔직히 윤기정 얼굴 앞에 두고 고백할 자신도 없거니와 그걸 거짓말로 위장할 자신도 없었다. 아무리 만우절이라고 해도 누가봐도 진지진지열매먹은 얼굴로 고백하는 건 좀 에러인데다가, 장난이었다고 뒷수습하면서 똥씹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 의심사기 딱 좋았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게 이거, 포스트잇 등짝에 붙이는 거였다. 아예 내 앞에서가 아니라 나중에 발견하게 해 버리면 내가 윤기정 앞에서 표정관리 하느라 똥줄 탈 이유도 없을 테니까.


 그래서 오늘 집에 가기 전에 포스트잇에 '사귀자'라고 써서 주머니에 넣어놓고 있다가 윤기정이랑 길 갈라질 때 등 쳐주는 척 하면서 붙였다. 집에 가서 보면 지 알아서 버리겠지. 어차피 만우절이니까.



+성공 요인 : 오늘이 만우절이라서. 그러고보니까 내가 이 짓하고 처음으로 성공한거네. 존나 안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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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환은 다 적은 파일을 저장한 뒤 노트북을 덮고 침대로 뛰어들었다. 풀썩. 가뜩이나 좁은 원룸인데 요즘들어 청소도 잘 안 했더니 먼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청소할 마음이 도저히 나질 않아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벽지에 그려진 무늬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저거 진짜 개처럼 생겼다. 저거 별모양인가 아메반가. 아메바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생물이 아메바 설명할 때 진짜 웃겼는데. 어디서 지 헤어스타일이랑 비슷한 사진은 들고와가지고... 애들 다 개빵터졌는데. 나중에 그 얘기 해줬더니 윤기정이 그러는 넌 지능이 아메바랑 비슷하다고 놀렸, 아 시발.



 어느 새 자신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달고 있던 도환의 표정이 싹 굳었다. 그놈의 윤기정, 윤기정. 또 윤기정이냐. 너도 진짜 중증이다. 도환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잠이나 자자 잠이나. 밉살스런 윤기정의 얼굴이 눈앞에서 어른거리긴 했지만, 하고싶던 '고백'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긴장이 풀린 탓인지 잠은 잘 왔다.



 -띠 띠 띠 띠 삐릭 열렸습니다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에 도환은 잠에서 깨어났다. 몇 신지는 몰라도 사위가 완전히 깜깜해진 걸로 보아 한밤중이었다. 도환은 상대가 자신과 기정밖에 모르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긴장시키는 사이 현관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윤기정?"


 "어, 깨어있었냐?"



 난 너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기정의 천연덕스러운 목소리에 무심코 시계를 보니 자정이 막 지날 무렵이었다. 아니 잘 것 같으면 대체 왜 온 거야? 것도 이 시간에. 맥이 빠짐과 동시에 짜증이 몰려왔다.



 "왜 왔는데?"


 "줄 거 있어서."



 뭐길래 이 밤중에 난리야? 하고 따지려던 입은 기정이 꺼내든 노란 종이를 보자마자 굳게 닫혔다. 도환이 오후에 기정의 등에 붙였던 포스트잇이었다. '사귀자'라고 적힌 제 글씨를 보자 도환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들킨 건 아니겠지. 여차하면 장난이었다고 하면 돼. 그래, 만우절인데 뭐 어때. '만우절'이라는 든든한 방패가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도환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자."



 침대에 앉은 채 굳어버린 도환의 시야가 반쯤 가려졌다. 두 걸음만에 현관에서 침대로 다가온 기정이 도환의 이마에 포스트잇을 붙여버린 것이다. 반사적으로 이마에 붙은 종이를 떼어낸 도환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기정을 쳐다봤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예측하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이해조차 할 수 없는 기정의 행동에 도환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도 고민스러웠다.



 "안 읽어봐?"



 당연하다는 듯한 기정의 말투에 혹시 다른 말을 써놨는가 싶었지만, 그 위에 적힌 것은 분명 도환이 낮에 쓴 그대로 '사귀자' 였다. 갈수록 알 수 없는 기정의 행동에 도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뜩이나 골치아파 죽겠는데 이게 장난하나.



 "사귀자, 이게 뭐 어쨌다고?"



 짜증이 묻어나는 도환의 얼굴에 기정은 약간 곤란하다는 듯 웃었다.



 "대답, 안 해줄 거야?"



 뭐? 기정의 말에 담긴 의미는 도환으로서는 믿기 힘든 것이라서, 짧은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도환은 더듬더듬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지금, 니가, 나한테-"



 기정은 아무 말 없이 눈짓으로 도환의 손에 들린 포스트잇을 가리켰다. '사귀자'. 어떻게 달리 해석할 여지도 없을 만큼 너무나 명료한 문장을 보고 도환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너 나 좋아해? 아니잖아!"



 그것은 반신반의나 의심의 수준을 넘어서 거의 확신에 가까운 어조였기에, 기정은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왜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만우절이 막 지난 4월 2일 00시 42분의 일이었다.



오랜만에 파일 정리하다가 옛날?에 썼던 소설 발견. 백업 차원에서 올려둠. 아마 작년 이맘때 썼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