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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들은 개기일식을 천변天變으로 여겨 두려워했다.
유일한 광원이 사라지는 것은 그 자체로 흉조였을 뿐더러, 왜 일어나고 언제까지 이어지는 것인지 아무도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5천년 후.
인류에게 개기일식은 더 이상 무지와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늘에서 태양이 모습을 감추어도 그들에게는 영원토록 낮을 이어갈 수 있는 지상의 빛이 있었다. 태양이 그림자에 잠식당하는 광경을 보기 드문 자연현상으로 즐기게 된 인류는 마치 어둠을 더는 겁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저 잠시 잊은 것뿐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