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울 땐 여기로

어부(漁夫)
-김종삼(1921~1984)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老人)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어

약해지지 마
- 시바타 도요(1911~2013)

저기, 불행하다며
한숨 쉬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아흔 살 넘은 할머니가 그런다

살아 있어서 좋았다고

앞으로 70년쯤 더 살면 '살아 있어서 좋을'지도 모른다

언덕 꼭대기에 서서 소리치지 말라

-울라브 H 하우게(1908~94)

거기 언덕 꼭대기에 서서
소리치지 말라.
물론 네 말은
옳다, 너무 옳아서
말하는 것이
도리어 성가시다.
언덕으로 들어가,
거기 대장간을 지어라,
거기 풀무를 만들고,
거기 쇠를 달구고,
망치질하며 노래하라!
우리가 들을 것이다,
듣고,
네가 어디 있는지 알 것이다.

말보다 실행을!

나는 편견이 많은 사람이다. 빠른 판단력입네, 날카로운 관찰력입네 하며 스스로를 자위하고 있지만 실은 그저 선입견으로 똘똘 뭉친 고슴도치에 불과하다. 가시를 다 떼고 서고 싶다. 세모눈을 둥그렇게 뜨는 날이 오면 좋겠다.